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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하우스 후기 : 금요일밤의 독일에서 일 하는 여자들

사이드 프로젝트

by 토마토민 2021. 2. 14. 0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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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 거 많고 새로운 거 궁금해하는 독일 뮌헨 지방에 사는 친구들 함께 재밌는 일을 기획했다.

바로 금요일 밤, 9PM 통금에 갈 곳 없는 친구들과 함께 요새 이슈화 되고 있는 클럽 하우스에서 독일에서 일하는 여자들이라는 방을 열기로 한 것이다. 우리 네 명은 어쩌다가 서로서로 알게 된 케이스다. 어쩌다가 저녁에 같이 밥을 먹게 됐는데 서로 다른 배경을 갖고 있고 다른 직업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미있는 것에 굉장히 끌린다는 점독일에서 일 하는 여자들이라는 큰 공감대가 서로를 묶었다.

사실 해외에서 같은 나라 사람이라는 것 자체가 굉장히 친근하게 다가오는 소재이다. 거기에 여자라는 성별의 공통점과 외노자라는 사실이 한 스푼 더해졌으니 서로의 이야기에 대해 더 깊이 공감하며 친해졌다. 분명 이런 공감대를 나눌 사람이 넷 뿐만이 아닐 거라는 생각으로 우리가 하는 수다의 창을 카카오 톡에서 클럽하우스로 옮겨보자라는 즉흥적 계획을 세웠다.

 

 

클럽하우스에 들어가게 된 계기

클럽하우스에 다 같이 들어가게 된 건 2주 전쯤이다. 그 중 한 명이 우리를 클럽하우스에 초대해줬고  한동안 나는 성대모사 방, 노홍철 방, 노래 방방 등을 떠돌며 클럽하우스 맛을 봤다. 한동안 중독된 듯이 매일 클럽하우스를 기웃거렸고 새로운 자극을 찾았다. 길 가다가 핫하다는 매운 떡볶이 집에서 캡사이신 가득 들어간 떡볶이를 먹고 중독된 듯이 발걸음 하는 느낌 같았다. 흔한 것 같은 오디오 앱이라는 소재이면서 흔하지 않은 그런 매력을 가진 앱이랄까.  생각지도 못한 방식의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들 그리고 모더레이터의 텐션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방의 분위기, 모두 다 새로웠다.

 

플러스

며칠 동안 앱을 사용한 결과, 지루한 나날에 새로운 자극이 다가오는 것에 대한 재미가 좋았고 또 다른 소셜 미디어보다 내가 관심있는 이야기들에 집중해서 이야기를 팟캐스트처럼 들을 수 있는 점이 좋았다. 질문을 하고 싶으면 참여를 할 수 있긴 하는데 인싸력의 부족으로 해본 적은 없다. 예를 들면 주식 이야기, 스타트업, 브랜딩, 디지털 마케팅 그리고 아무 생각 안 해도 되는 잡다한 이야기들. 노래방 방에서 내 어릴 적 플레이리스트를 점령한 클래지콰이의 호란님이 젠틀레인을 불러주셨을 때는 이 앱을 찬양했었다.

 

마이너스

인싸속의 아싸가 될 것인가, 아싸속의 인싸가 될 것인가.

초대장 위주로 가입이 가능한 앱이다 보니 평소에 이야기를 나누거나 대화를 나누지 않을 사람들이 앱 속에 우글거렸다. 인싸력이 너무 높은 사람들을 보면 가끔 벅차다. 그리고 그들만의 리그라는 생각이 드는 방에 들어가면 평소에 인싸에 대한 로망이 1도 없었던 나조차 마음이 조급해진다. 

 

세상에 항상성이 과연 존재 할런지.

안 그래도 세상의 빠른 변화에 따라가는게 벅차다는 생각을 종종 했었다. 특히 독일에서 살면서 한국의 사회와 거리를 두면서 사실 마음의 평온함을 찾기도 했었다. 클럽하우스는 나를 다시 한국과 아주 급하게 엮었다. 급체한 느낌이 들었다.

 

금요일 밤의 독일에서 일하는 여자들의 이야기는 예상보다 재밌고 훈훈하게 끝이 났다.

블로그며 뭐며 주변 지인 서클을 중심으로 홍보를 하긴 했지만 누가 들어올까?라는 생각이었는데 총 참여 인원이 22명 정도 되는 토크를 할 수 있었다. 다들 다른 회사, 직무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A. 독일에서 이거는 잘했다 라는 이야기로 네트워킹, 무작정 도전 등의 이야기들을 나눴고 B. 우리 회사의 분위기는 이렇다 라는 주제로 같은 나라에서 일하지만 다름을 알아가는 신비로운 시간을 가졌다. 확실히 미국계 회사에 다니는 나, 컨설팅+에이전시 형태로 핵인싸 그룹의 회사에 다니는 윤선생, 산업군은 완전 독일스럽지 않지만 초 독일, 게다가 바이에른 지방의 문화가 밀집된 회사에 다니는 이선생, 프리랜서로 일을 시작해서 다른 부분을 긁어줄 수 있었던 정선생, 마지막으로 이름은 초 독일 기업인데 의외로 인터내셔널 한 회사에 다니는 조 선생의 이야기, 그리고 추가로 토크에 참여하신 다른 분들의 회사 이야기들은 신선했다.

 

나중에 몇몇 분들께 감사하게도 후기를 들었는데 매끄러운 진행과 초반엔 어색했지만 나중엔 풍성 해진 이야깃거리로 많은 공감을 할 수 있었다는 평이 대부분이었다. 오디오가 비는 시간을 줄이고 들어오신 분들의 시간을 헛되게 쓰지 않도록 네 여자, 즉흥적으로 시작했지만 몸에 밴 열심히 사는 습관으로 준비는 또 많이 한 것도 한몫했다. 부담 갖는 게 싫어 말로는 "우리끼리 수다 떠는 거지 뭐, 준비하지 말자"라고 했지만 어느새 준비된 구글 닥스에 내 답변을 부지런히 적고 질문 내용들도 생각했다.  내가 회사에서 열심히 하는 노예근성이 이런 재밌는 프로젝트에도 쓰이는 걸 보면서 재밌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진행 같은 경우는 카카오 톡으로 중간중간 진행방향을 잡아가며 호흡했던 게 도움이 됐던 것 같다. +이선생님의 진행능력 탕탕탕!

 

가장 귀여웠고 재밌었던 점은 우리끼리 콩트처럼 박 선생, 윤선생 이렇게 선생을 붙여서 이야기를 하자고 (이 아이디어는 왜 나왔지?) 하고 부끄러워했는데 스피커로 참여하신 분들께서 "박 선생님께 질문이 있는데요"하는데 순간 빵 터졌다. 너무 귀여운 거다. 어떻게 나도 자꾸 헷갈리는 이 콩트의 성을 기억하실까. 다음에도 이어가도 좋을 것 같은 이런 콘셉트. 

 

커리어와 일에 관련된 대한 이야기를 포커스로 잡아 이야기를 나누는 게 사실 쉽진 않다. 모두가 그 토픽을 좋아하지 않기도 하고 일명 독일어로 Streber, 너무 범생이 노력파?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래서 이런 집중적인 토크를 통해 한번쯤 내 발자취를 돌아보는 기회가 생기는 것이 마음에 든다.

 

금요일 토크를 통해 새삼 다시 느낀 세상에 똑똑하고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은 참 많다는 점 또한 감사스러운 점.

 

그래서 우리 또 한다.

격주로 토크를 진행할 생각이라 독일에서 일하는 분들 서로 관점의 차이를 나누고 경험을 나누고 싶으신 분들 언제든 환영합니다. 저한테 초대장을 여쭤보시는 분들이 계셨는데 제가 클럽하우스에 더 중독이 되어야 초대장이 생길 것 같습니다.  이 토크가 독일에서 일하는 여자분들의 네트워크로 이루어지면 좋겠다.

 

실제로 방을 열어 모더레이터 중 한 명으로 진행을 하고 하게 된 생각은 몇 가지가 있는데

 

유튜브를 하고 블로그를 운영하다 보니 문득 클럽하우스의 알고리즘은 어떻게 짜여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보통 영상 광고나 유튜브 같은 경우는 Video Completion ratio 같이 사람들이 영상의 몇 프로를 시청했는가를 중심으로 떡상이 시작된다. 블로그 같은 경우는 일명 올가닉 서치 엔진의 흐름에 얼마나 잘 부흥하느냐가 페이지 노출의 큰 키로 작용한다.  그렇다면 클럽하우스 같은 경우는 청취자가 얼마나 오래 방에 남아있느냐가 기준일까? 총 참여 인원수 x 참여 인원수의 청취 시간으로 랭킹을 할까? 그런데 클럽하우스만의 공개적이지만 폐쇄적인 형태에서 방의 노출 빈도가 얼마나 중요할까 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타겟 없는 청취자의 Volume이 중요한 것일까 아니면 타겟이 돼서 티카 티카 하는 반응도가 중요한 플랫폼일까? 이거 또 연구해서 공유하는 마케터들이 있겠지.

 

그리고 클럽하우스를 보면 간혹 자기만의 리그를 만들어 소수의 정원끼리 대화를 하며 질문을 받고 답변하는 식으로 가는 방들이 있는데 그렇게 진행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항상 인풋과 아웃풋의 밸런스를 중요시 생각한다. 앞서 말한 방식은 내가 갖고 있는 에너지가 그렇게 크지 않아 언젠가 바닥날 것 같다. 다른 분들도 참여할 수 있게 하고 질문뿐만 아니라 의견을 나눌 수 있을 때 내가 내는 아웃풋만큼의 인풋이 또 채워진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나도 또 배울 수 있다.

 

여러모로 클럽하우스는 새로운 만큼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어느 플랫폼과 같이 나만의 중심을 잡고 빨려 들어가지 않고 능동적으로 사용하면 될 것 같다.

FOMO (Fear of missing out)에 휘둘리지 말기. JOMO(Joy of missing out)을 인지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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