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ten Morgen :) Ich wünsche euch einen schönen Tag!"
월요일 아침 회사의 팀 그룹 채팅방의 정적을 깨는 나의 아침 인사. 독일에서 경험하는 5번째 조직에서 팀의 일원으로 인정받겠다는 나의 작은 노력이었다. 하지만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는 고요함 속에서 내 월요일 아침은 시작됐다. 독일내 같은 회사 내에서 다른 커리어를 쌓아보고 싶어서 팀을 옮긴지 한 달이 됐다. 인맥과 내 영향력의 초기화는 물론,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홈 오피스로 시작하는 새 팀에서의 적응 기간은 생각보다 녹록지 않았다.
독일 회사에서의 새로운 팀에서의 첫 시작은 어떨까?
회사마다 팀마다 다르겠지만 내가 겪은 독일 회사에서 첫 주 적응(On boarding) 기간은 한국에서 신입사원 연수기간으로 시작했던 시간과는 사뭇 달랐다. 한국에서 신입사원 연수 기간은 두근거리는 청춘들의 대규모 미팅 장소 같은 느낌이었다.
반대로 독일 회사에서의 첫 날은 의외로 단순하고 무미건조하게 흘러갔다.
보통 회사 첫 날 오리엔테이션 세션이 있거나 작은 회사 같은 경우 팀장과 두근거리는 첫 면담을 끝내고 컴퓨터 등 IT 장비들을 받은 후 사무실로 가는게 보통의 수순이었다. 나는 항상 팀에 내 적응 기간을 도와줄 멘토나 버디들이 있었는데 그 친구들이 컴퓨터 장비 설치나 회사 생활에 관련해서 알아야 할 것들을 전달해준다. 그리고 차례 차례 팀원들과 인사를 한다.
재밌는 사실은 독일인들도 눈치를 본다는 사실이다.
이상하게 나는 직설적인 화법을 사용하는 독일 사람들에게 눈치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영화에서 봤던 쿨한 모습들 때문이던가? 누군가 집에 일찍 갈 때 주변에서 말리지도 않겠지만 말려도 "나인!!!(NO)"라며 호통칠 것 같은 게 그 당시 내 머리속에 자리잡은 편견속의 독일인들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이런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할 것 같은 독일 사람들도 상당히 눈치를 봤다.
특히 나같이 새로운 조직에서 시작하는 사람들은 더 했다. 몸집이 커다란 사람들이 두근두근 눈치를 보고 있으면 그 모습이 상당히 귀엽다. 아마존에 처음 정규직으로 입사 했을 때는 신입 사원들끼리 만든 그룹 톡 방에서 귀테나를 세우고 입은 무음처리가 됐지만 우리들의 손가락은 빠르게 움직였다.
"지금 뭐라고 하는 소리 들었어? 헐 우리 팀이 이렇게 바뀌는건가? 나는 어떤 업체를 담당하게 될까?" 하면서 말이지.
'출근과 퇴근'의 문제에 대해선 눈치 보는 게 한국인인 나보다 더하면 더했지 모자르진 않았다.
이들도 나같이 잘 보이려 아침엔 일찍 오고 살짝 늦게 퇴근하는 사람들이었다. 오후 5시 50분쯤 되자 신입 사원 와글 와글 톡에서는 "우리 언제 집에 갈 수 있지?"라며 다같이 괜히 두근거려 했고 어떤 친구가 같은 팀 선배가 먼저 퇴근을 하고 스타트를 끊은 이후에야 집으로 다들 향했다.
정말 안 그럴 것 같은 친구조차 눈치를 보더라. 내가 전에 속했던 팀에는 독일의 명문가의 자제였던 그 자체로 고고해보이던 인턴이 있었는데 (독일에서는 성을 봤을때 "von 도시" 라고 되어 있는 성이 귀족 혹은 유명한 명문가의 성씨일 가능성이 높다고 다른 동료가 귀뜸해줬다.) 그 고고한 이미지를 가졌던 친구 조차 자기가 너무 일찍 집에 가는게 아닐지 사람들의 평판을 걱정하며 일이 많이 없어도 못가고 앉아있었다. 뭔가 공주님 같아서 눈치는 안 보고 자랐을것 같은 사람도 눈치를 보는 걸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 사는 모양 다 비슷하구나, Same Same but different'
그래서 나는 그 이후론 새로 들어오는 친구가 있는 날엔 내가 먼저 모범이 돼서 동료 몇명을 데리고 칼퇴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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