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독일에서 아시아 여성으로 산다는 것 , 소수자의 삶.

해외직장생활 by 토마토민

by 토마토민 2021. 3. 22. 02:21

본문

금요일 저녁에 프랑스인 남편이랑 피스타치오를 까먹고 알마냑을 따라 마시면서 금요일 밤의 토론을 즐겼다.

그 주에 어떤 일들을 했는지 이야기를 하다가 요새 회사에서 Cultural inclusivity라는 개념의 가치를 상당히 중요하게 강조를 하면서 그에 관련한 필수 트레이닝을 3월 안에 끝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문화 포괄 이라는 어색한 한국어로 해석되는 이 단어는 USC에서 정의한 바로는 다양한 문화 배경을 가진 사람들의 니즈를 지원하고 그 독특한, 유니크한 공헌에 가치를 두는 일이다.

*Cultural inclusiveness addresses and supports the needs of people from diverse cultures, and values their unique contribution. 

 

여태까지 인종 차별과 부당한 대우에 대해서 떠올리면 흑인과 백인들의 갈등을 먼저 떠올렸다. 하지만 최근 애틀란타에서 아시아 여성이 테러를 당한 사건을 발두로 해서 아시아 인종을 향한 차별들이 화두가 되고 있다.  내가 다니는 회사의 간부도 이 안타까운 사건 다음날 모두에게 메일을 보내 다시 한번 흑인과 백인과의 인종 차별뿐만 아니라, 아시아인 그리고 이를 넘어 소수자의 입장에 있는 사람들의 차이에 대한 인식과 존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남편과 토론을 하게 된 이유는 바로 표면에 크게 드러나있지 않았던 아시아인에 대한 차별에 대한 독일 혹은 프랑스인들의 저평가 때문이었다. 독일에서 "일본"하면 선진국의 이미지를 떠올리고 한국도 이와 비슷한 이미지를 공유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안타깝게도 독일에 사는 나와 내 주변 한국 친구들의 기분 나쁜 경험들은 생각보다 저평가(?) 되어있다. 이런 이야기를 남편뿐만 아니라 다른 직장 동료들과 비슷한 주제로 토론을 했을 때 "설마, 나뿐만 아니라 내 주변 사람들은 한국을 대단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한국에 대해서 그런건 아닌 걸 꺼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내가 겪은 여러 기분 나쁜 경험들을 토대로 생각해보면

1. 그들은 타인이라 내가 한국인인지 모르는 경우 대다수: 기차에 있는데 갑자기 창문을 주먹으로 퍽 치고 가는 독일 청소년, 조용히 걸어가던 내 앞을 가로막고 낄낄대던 터키 계열 사람들 등등

2. 내가 한국인임을 아는 가까운 사람들이라도 그들의 각기 다른 문화에 대한  무관심과 무지로 인해 농담과 차별의 아슬한 선상에 있는 경우: 칭챙총을 농담으로 남발하던 회사 직장 동료, 한국어 발음을 따라 한답시고 중국어 소리와 비슷하게 억지로 이상하게 발음하던 직장 동료.

그래서 한국의 이미지와 별개로 나는 종종 기분 나쁜 경험들을 겪게 된다. 그리고 그 경험 덕분에 길거리의 나는 항상 이어폰을 꼽고 배타적인 사람이 되었다.

 

이런 일들이 한두 번이 아니라 어느 순간부터는 모든 경험을 일일이 나누지 않았는데 이렇게 쌓인 나의 데이터베이스를 듣던 남편이 깜짝 놀랐다. 실제로 유럽 강국의 백인 남성, 즉 주류 중의 주류인 가족을 둔 환경에서 자라오고 그리고 살고 있는 남편에서 이런 일들은 거의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와 같이 다녔을 때는 나에게 보호막이 씐 것처럼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으니 남편은 본인이 갖고 있던 한국에 대한 좋은 편견 그리고 그로 인해 내가 받았을 이익에 대한 그의 상상이 잘못된 일임을 이제야 깨달았다.

 

사실 한국에서 거의 5년 정도 살면서 남편도 항상 환대만 받았던 것은 아니다. 한국의 2017년 문화적 다양성 실태 조사 보고서를 보면 문화 다양성의 개념에 대해 알고 있다고 대답한 국민은 고작 48.6%,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거리감이 있다고 답한 사람은 42.9%에 달한다.  간혹 가다가 코쟁이라고 불리기도 하고, 남편을 안 좋게 보면서 침을 퉤 하고 뱉던 시골의 아저씨들도 있었긴 하지만 여전히 위험이 느껴질 만한 차별을 그 5년간 느껴보지 못했던 남편이다. 그래서 그가 본인의 경험을 예로 들며 메인 스트림이라고 차별을 겪지 않는 건 아니다 라는 걸 이야기할 때 나는 의견은 존중하되 메인 스트림도 겪는 문제를 그럼 소수자들은 얼마나 겪으며 살아갈까?라는 질문으로 응대했다.

 

그래서 나는 이런 우리들의 목소리가 조금은 더 커져도 된다고 생각한다.

원초적인 위협뿐만 아니라 어떤 점들에 한국인들이, 일본인들이 그리고 중국인들이 각기 다르게 기분 나빠하며 반응하는지 그리고 그 역사적인 배경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이야기해 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내가 그냥 넘겼던 경험을 단순히 넘기지 않고 기록하며 알려서 이러한 일들이 한국 사람들에게도 일어난다는 점을 표면으로 들어낼 필요가 있다. 그리고 한국에서 장난이랍시고 농담이랍시고 쓰는 언어들, 예를 들면 짱깨와 같이 어느 한 집단을 낮게 싸잡아서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다면 쿨하지 않고 진지충으로 보이더라도 꼬집어 "그건 틀렸어"라고 이야기해야 한다. 어느 나라에서 소수 집단이 그 단어를 들었을 때 감정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것들은 농담이 아닌 상처를 주는 칼과 다를 바 없다.

나 스스로 그런 언행을 하고 있다면 그건 언젠가 화살로 돌아와 같은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Cultural inclusivity는 다양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차이에 대한 존중 그리고 다른 문화에 대한 관심을 갖는 것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어느 집단의 소수집단으로 산다는 건 상당히 피로한 일이다. 피로한 일이지만 오늘부터라도 주변 사람들과 이 주제로 이야기를 해보고 생각을 나눠보고 궁금증을 가져보는 거 그게 바로 내가 시작해야 할 일이 아닐까?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