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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뭐하고 지내세요? 라고 물어봐주셔서 감사해요. 독일 일상을 공유할게요.

나를 아끼기 프로젝트

by 토마토민 2021. 5. 14. 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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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한참 빠져서 하던 유튜브에 댓글이 달렸다.

"요즘 뭐하고 지내세요?"

 

이렇게 물어보는 분들이 계시다는 게 고마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사람들한테 좋은 내용들을 나눔하자는 마음으로 유튜브를 호기롭게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부터인지 카메라를 켜고 이야기를 하는 것도 그리고 그걸 편집하는 것도 내게는 생각보다 큰일이 돼버렸다.

요새 나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생각을 해보니 나는 꾸준히 나를 먹어버리려고 하는 "직장"이라는 존재와 나를 아끼며 살아가자는 "신념"사이에서 꾸준히 싸우고 있다.

회사에서 새로운 직무로 옮긴지 6개월 정도 됐는데, 완전 주니어가 아닌 상태로 아예 다른 분야로 옮긴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공대에서 마케팅이라.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건 여전히 재미있고 나는 여전히 설렌다. 이 분야에서 짬을 쌓아가며 고객들이 나를 신뢰하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다.

 

그런데 이게 사람이 이미지 메이킹을 잘 해야한다.

더 많이 배우고 싶어서 일을 요구하던 내 이미지 덕분에 추가 1명분의 일을 떠넘겨 받았고 요새는 새로운 걸 배울 시간이 없이 닥치는대로 일을 하는 수준에 와버렸다.

Eat

이렇게 바쁜 나날일 때는 어떤걸 먹고 지내는지가 최대의 관심사이다.

나는 어리석게도 종종 내 삶보다 일을 우선시하는데 그럴 때 매일 간단히 먹을 수 있는 라면을 끓여먹곤 한다.

잘 안 움직이는 덕에 살도 조금 쪄서 요새는 다시 식단 관리를 시작했다.

 

다행히 지금 사는 곳 근처에 Dean & David라고 독일에서 꽤 유명한 샐러드, 볼 체인점이 있다.

나는 여기에서 Crunchy chicken bowl을 먹는 걸 좋아하는데 이 날은 철분 가득 든 음식을 먹어야 하는 날이라 비프 샐러드를 시켰다. 상큼한 드레싱에 짭조름하게 양념된 고기가 채소들과 함께 가볍게 넘어간다.

 

다른 사람들도 이런 기분 느껴본적 있으셨을까?

이렇게 하루에 한 끼라도 건강을 생각하며 먹고 나면, 그 날 나를 아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서 조금은 벗어나는 기분. 나는 이런 기분을 야채 수프나, 샐러드, 초록초록 가득한 음식들로 충전을 한다.

 

요새 종종 인스타로 Caremyself 스토리 라인을 올리고 있는데 내 매니저라 나를 팔로우 하기 때문에 휴 진심을 담은 말은 한국말로만 쓰고 있다.

 

인스타: tomatomin_

Drink

 

얼마전에 Pacande라고 뮌헨에 있는 콜롬비아 로스터리를 친구들이 추천해서 가봤는데 원두가 정말 맛있어서 이제 슈퍼에서 사는 그냥 원두를 마시지 못하게 됐다.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는 새로운 사실은, 나 사실 콜롬비아를 와 아아 안전 싫어했다는 것이다. 남편을 10년 전 처음 만났을 때 남편의 전 여자 친구가 콜롬비아 여자였다. 그때 남편을 못 잊어서 한동안 너무나도 진득한 사랑의 메시지들과 미련 뚝뚝 행동들을 했었는데 그걸 또 착한 남자 콤플렉스 있는 나쁜 남자였던 남편이 제대로 정리를 못했었다. 그 당시에 나는 남편이 잘생겼고 똑똑하고 웃긴 사람이라 프랑스 사람이랑 한 번 연애나 해보자 라는 엔조잉의 마인드로 연애를 시작했어서 쿨한 척을 또 엄청 했는데 실상 마음에서는 완전 Not cool해서 그 여자한테도 경고를 몇 번 하고 했었다.

 

단순히 그러한 연유로 남편이 스페인어를 유창하게 하는데 스페인어를 결혼 전까지 5년 정도 금지어로 지정해서 남편의 스페인어가 많이 약해졌다는 웃픈 사실이 있다. 다행히 스페인에 여행을 가면 일을 잘 처리할 정도라 이제는 딱 그정도만 허용한다.

여기 케익이 정말 맛있었다.

Play

코로나가 시작하고 나서 정말 감사하게 된 손에 꼽는 몇 가지 중 하나는 내게 재밌는 친구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 날도 그 재밌는 친구네 집에 놀러가는 길이었다.

내가 독일 뮌헨의 외각에 살아서 이렇게 중심지스러운 곳을 지나치면 너무 신기해서 아직도 사진을 찍는다.

"유럽 같다!!"

얼마 전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쓰면서 한 민족과 상황을 그룹화하지 말아야지 라고 했는데도 난 여전히 이 유럽의 많은 나라들 중 독일을 유럽 같다고 한다. 물론, 각 나라의 차이점을 인지, 인정, 존중하는데 프랑스인 남편이 이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이마를 탁 치며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면 너무 귀여워서 계속하게 되는 것 같다.

 

남편을 만나기 전 까지는 나도 유럽을 유럽이라고 생각했지 정말 다른 민족들과 문화들이 존재한다는 걸 몰랐다.

프랑스만 해도 파리 지역과 프랑스 남부 사람들은 서로를 같은 나라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데 내가 대체 왜 유럽을 유럽 같다고 했을까? 프랑스, 독일인들이 가끔 아시아 같다 라고 이야기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인 것 같아서 유럽 같단 소리는 남편 놀림용으로만 쓰려고 한다.

 

이 날 만난 친구는 뮌헨의 할머니이다.

외모는 정말 연예인 뺨치게 예쁜 어린 젊므니인데 마음은 완전 이것저것 챙겨주려고 하는 할머니의 따뜻한 정을 담고 있다.

항상 종이봉투에 라면이며 과자며 엄청 챙겨주는데 이제는 앞으로 내가 내 분량의 봉지를 갖고 갈까나?

(쏘리).

 

이 날도 혼자 좀비 드라마를 보고 싶어서 집에 굳이 가겠다는 집돌이 남편용 김밥까지 싸줘서 남편이 "얘는 진짜 좋은 사람이야"라고 칭찬했다. 김밥과 인심은 비례한다. 남편을 좀비 영화 보라고 보내고 나서 또 친구들과 까르르 꺄르르 떠들고 노는 게 이 시국 2021년의 답답함을 어느 정도 해소해준다. 게다가 이 친구들과 만나면 단순히 농담만 하는 게 아니라 꽤 진지한 속마음 이야기까지 할 수 있어서 좋다.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내지 않았는데도 서로에 대해서 꽤 알게 된 것 같다.

 

내 친구의 집에서 논다는 점. 정말 독일스럽다.

채식은 나만 하면 안 된다. 우리 화단에 Cat grass를 심었는데 어느 여자의 머리카락같이 아주 길어졌다.

우리 미코 고양이가 꽤 똑똑하다고 느낀 하루였는데, 화단에 올라가는 건 아무래도 즉흥적인 고양이에겐 위험해서 우리가 바로 옆에 있을 때, 미코가 저 풀을 먹을 때만 화단에 발을 올리게 해 준다.

 

그런데 이 날은 미코가 우리도 모르게 화단에 발을 올리고 밖에 있는 오리를 구경을 하다가 우리가 자기를 보는 걸 들키자마자 고양이 풀을 뇸뇸뇸 먹는 시늉을 했다.

 

이 녀석, 아는구나? 이러면 자기가 안 혼날 거라고 생각했나 보다.

 

이 이후에도 여러 번 이 방법을 시도하길래 열심히 조심시키고 있다.

Learn

해외에 사는 거의 묘미는 새로운 걸 배우는 게 아닐까.

다른 나라에 살다 보면 이상한 점에서 무지함을 느끼는데 나에겐 이 쓰레기장이 바로 그거였다.

이사를 하면서 가져왔던 큰 서랍장이 고장 나서 팔 수도 기부할 수도 없어서 버리기로 결정을 했는데 대체 이걸 어디다 버려야 할지 모르겠는 거다. 특히 독일은 쓰레기 버리는 것에 있어서 진심인 나라이다.

 

왜 나는 쓰레기 버리는 것도 어려운가!

 

뮌헨에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아우크스부르크에서 살 때도 비슷한 스트레스를 받았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예약을 잡을 수 있었고 예약 확인증을 프린트해서 집 앞에 내놓으면 그다음 날 마법과 같이 수거해간다.

그때는 돈도 안 냈던 것 같다. 그런데 이게 또 도시마다 다르다고 한다.

 

뮌헨에서 가장 편한 방법은 재활용 쓰레기 장에 차로 날라 버리는 거다.

무료이고 독일스럽게 정말 정리가 잘 되어있다.

 

§Werkstoff나 Müll이라고 구글맵에 검색하면 나오는 여러 재활용품 쓰레기 장이 있다. 나는 사실 이런 게 있을 때 완전 꼼꼼하게 읽어보고 미리 준비를 다 해가는 성격인데 하도 남편이 나한테 의지를 해서 이번엔 남편보고 찾아보라고 하고 난 신경을 꺼버렸다.

역시 남편은 주소만 찾아놨다. 그냥 막 가도 되는 건가?

여기

 

Google Maps

Find local businesses, view maps and get driving directions in Google Maps.

www.google.com

이 장소에 갔더니 바로 앞에 서있는 직원 분들이 몇 번 쓰레기 통에 버려야 되는지 알려줘서 그냥 가운데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덤덤히 서랍장을 갖다 버렸다. 보니깐 세탁기나 이런 가전제품도 버릴 수 있는 곳이 있어서 다음에 한 번 지하 창고를 털어서 물건을 버리러 가야 할 것 같다.

 

이렇게 나는 지내고 있었어요.

솔직히 말하면 많이 지친 상태이다. 이 상황을 바꾸려고 회사 팀 매니저한테도 여러 차례 말을 했는데도 매니저도 큰 방도가 없는 것 같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주목하는 어카운트를 맡아서 회사에 돈을 많이 가져다줘서 다음 승진을 노려봐야겠다 했는데 이제는 약간 소소한 행복을 더 찾아보고 회사 말고 내 수입을 채울 수 있는 재밌는 방도를 찾는데 더 에너지를 쏟으려고 한다.

 

뭐든지 하면 된다.

그게 내 모토니 깐 한 번 해 보면 될 것 같다.

얼른 정신 차리고 영상으로도 찾아뵐게요.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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