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는 취향의 중요성에 대해 잘 몰랐다.
남들이 좋다고 하면 좋은거고 스스로에게 너는 뭘 좋아하니? 라고 굳이 물어보지 않았던 것 같다. 어릴적 떡볶이 집에서 친구들과 밥을 먹을 때도 “이모 순대 내장이요”라기 보다는 “너네 먹고싶은거 먹자 다 좋아” 라고 했었다. 굳이 내게 취향이 있었다면 어느날 텔레비전에 나왔던 6명의 남자들이 강렬한 눈빛과 은색 머리로 춤추고 노래하는 걸 보며 신화의 주황공주가 됐었던 것. 그들이 대상을 받았을 땐 텔레비전을 부여잡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었지.
나는 취향이 나이가 들면 저절로 생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독일에 와서 취향이 꽤나 뚜렷한 사람들을 알게되면서 그 생각이 바뀌었다.
나는 이런 꽃이 좋아.
나는 이런 류의 책이 좋더라.
이런 영화가 완전 내 취향이야.
라고 확고히 말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아 이렇게 내가 좋고 싫은게 확실한 사람들이 멋지다 라는 생각을 했다. 본인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눈에는 공통적으로 반짝거림이 존재한다. 목소리에서도 아드레날린의 분비가 느껴진다. 그리고 그 분위기가 주변 사람들에게도 긍정적 파동을 전파한다.
어린 날의 나, 어쩌면 좋은게 좋은거다 라는게 긍정적인 마인드라고 착각하여 내 스스로에게 강요를 하고 있었던게 아닐까?
오늘도 자택근무를 시작하면서 내가 좋아하게 된 살짝 고소한 맛이 나는 원두콩으로 내린 커피와 뜬금없이 마음이 동요한 성시경의 안녕 나의 사랑이라는 노래를 듣고 있다.
나는 아침에 살짝 창문을 기울여 열어서 상쾌한 공기가 집안을 가득차게 하는 것이 좋다.
해가 뜬 날에는 하얀 이불 빨래를 해서 햇빛에 바짝 말린 후 특유의 햇빛향 위에 누워서 부비적 거리다 잠드는 걸 좋아한다.
오늘 같이 스트레스가 많은거로 예상되는 날에는 이렇게 잔잔한 유튭 플레이리스트를 틀어서 심장 박동을 내리는 게 좋다.
그 날 유행하는 탑 플레이리스트 100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반복해서 계속 듣는 걸 선호하는 편이라 대중적인 것에서 멀어지는 경우가 다분하다.
영화는 화려한 액션보다는 휴머니즘 스토리가 녹아있는 영화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걸 좋아하는데 이상하게 책은 해리포터도 엄청 내 취향.
가끔 이렇게 나에 대해서 물어보고 내가 좋아하는 걸 생각하는 시간은 나를 아끼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는 시간이다.
여러분의 취향은 어떤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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