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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여자가 독일 뮌헨에서 아스트라제네카 1차 접종을 했다.

나를 아끼기 프로젝트

by 토마토민 2021. 5. 19.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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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4월의 고민은 대체 언제 나는 자유로운 사람이 될까 였다.

3월까지는 내 주변에 비슷한 나이 때의 사람들이 백신을 맞지 않아서 나도 모르게 안심하고 있었나보다.

그런데 4월이 되니깐 주변에 한 두 명씩 백신 접종을 한 사람이 늘어났다. 그러니 조바심이 들기 시작했다.  독일 뮌헨으로 이사를 온 후 아픈 적이 한 번도 없어서 심지어 주치의(하우스 아츠트)조차 없던 상황이었다. 



일찌감치 백신을 맞은 직장 동료들에게 물어보니 자기 주치의 뿐만 아니라 주변 반경 5키로 이내에 있는 하우스 아츠트들에게 모두 전화, 방문을 해서 예약을 걸어놨다고 했다. 그래서 나도 집 주변에 있는 하우스아츠트한테 연락을 돌려서 코로나 백신이 가능한지 물어봤지만 현재 물량이 모자라서 Wartelist 대기 예약을 걸어놔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프라우 팍(독일식 Mrs.Park)은 건강한 사람이라 백신을 맞아도 8월이지 않을까라고 대답했다.

 

No 그럴 순 없어! 라고 속으로 외치며 수소문하던 중 아침에 회사 동료가 팀 전용 와츠앱 그룹에 

"이 웹사이트를 통해서 예약하면 내일도 백신 맞을 수 있대"라고 스팸 같은 메시지를 보냈다.

 

얼른 웹사이트에 들어갔고 거짓말처럼 바로 다음 주 월요일 (현재 기준으로 어제)로 남편과 나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예약을 걸 수 있었다. (지금은 이 웹사이트가 이곳 저곳 돌아서 그런지 남는 자리가 7월까지 없었다.)

물론 후에 이 의사가 진짜 의사인지, 사기 웹사이트는 아닌지 꼼꼼하게 확인했다. 그

리고 무엇보다 이걸 공유한 독일 친구가 정말 꼼꼼하기로 소문난 친구라서 믿기로 했다.

 

예약을 하고 나니깐 뒤늦게 유명한 아스트라제네카의 부작용에 대한 걱정이 피어올라왔다. What if? 

검색을 해봤고 60세 이하의 젊은이들에게 특히 여성들에게 추천하지 않는다는 기사들을 읽었다. 그러나 혈전증으로 사망할 확률이 100만 명당 사망자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약 29.6명, 화이자가 약 29.8명으로 비슷비슷하다고 해서 걱정 대신 자유를 찾기로 했다. [출처: 중앙일보] 영국서 AZ백신 접종 후 혈전 209건…41명 사망

 

예약 당일, 의사가 미리 작성을 해오라고 했던 백신과 부작용에 대한 안내문과 건강 정보 설문지를 기입해서 챙겨갔다.

백신 동의서 외에 Gesundheitkarte 건강보험 카드와 백신 기록이 적힌 임프파스를 들고 가면 된다. 없으면 병원에서 노란색 임프파스를 새로 주는 것 같다. 여기에 코로나 백신 스티커를 붙여줄거니 보물처럼 간직해야 한다.

온라인으로 예약을 받아서 젊은 연령층의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역시 온라인 정보 능력이 안보이는 차별처럼 작용할 수 있구나 싶었다. 복잡했지만 생각보다 꽤 원활하게 프로세스가 진행됐다.

 

9:20 am

프라우 팍

 

이름이 불리고 들어가자 의사 선생님이 기다리고 계셨고 궁금한 점이 있는지 물어봐서 다음 백신은 언제 맞아도 되는지, 어떤 종류로 맞아야 하는지 등등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1분도 안 걸려서 그리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백신을 맞았다.

 

9:30 

십 분을 기다리고 큰 증상이 없으면 가도 된다고 해서 기다리다가 얼른 회사 일을 하러 집으로 갔다.

이 때는 팔도 안 아프고 별 증상이 없었다. 그런데...

 

 

16:00

나는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들과 이상하게도 접촉이 여러번 있었는데도 아무 증상이 없길래 슈퍼 이뮨 Park 인줄 알았는데 회의를 하고 있는 도중 갑자기 열이 확 오르고 으슬으슬 추위가 시작됐다. 얼굴이 빨개져서 직장 동료들이 당황하며 만약 쉬어야 하면 그냥 쉬어 라고 했다. 다른 후기처럼 무시무시 하진 않고 그냥 머리가 벙쪄서 일을 할 수 없는 수준이다.

열을 재보니 37.6도. 아주 미세한 미열이 있었는데 머리가 아팠다.

참고로 어디를 재느냐에 따라 열의 범위가 달라지는에 겨드랑이로 쟀을 때는 37.1-3도까지는 정상 체온으로 여길 수 있다는 글을 봤다.

 

21:00

하지만 뭔가 다음날 Sick leave를 쓸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오늘 끝내야 할 일을 다 끝내기 위해 야근을 했다.

그리고 내 다른 급한 일을 대신 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따로 메세지를 보내서 나를 커버 쳐달라고 했다.

이런 노예 근성, 그런데 이 상황에도 일이 틀어지는 건 싫다.

 

일이 밤 9시에 끝나자 정신력이 다 풀렸는지 열이 급격히 올라 38.5도.

그런데 뭐 사실 감기에 걸린 것도 아니고 주사에 의한 결과라 가뿐하게 타이레놀을 먹었다.

 

22:00

남편과 오순도순 누워서 빈센조를 보고 있는데 개운하게 복수를 하는 걸 보면서 즐거워하다가 갑자기 아파져서 급격히 잠을 자기로 했다. 남편도 열이 올랐는데 뭔 똥고집인지 약을 안 먹겠다고 했다. 

 

 

5:00-6:00추정

자다가 깨니깐 남편이 씩씩 거리면서 약... 약.. 을 외치는 소리를 들어서 약을 건네주고 다시 잠이 들었다.

이때 나는 열이 내려있어서 그냥 등이 뻐근하고 누구한테 두드려 맞은듯한 답답함이 온몸에 느껴지는 정도였다.

아.. 이렇게 일을 해야 하나 했는데...

 

8:00

일어나니깐 몸이 안 좋았다. 얼른 매니저한테 Sick leave를 쓴다고 했다.

독일은 3일까지는 의사의 처방 없이도 sick leave를 마음껏 쓸 수 있다. 회사 분위기상 이거를 남용하는 사람은 없는데 전에 인턴 했던 곳에서는 이런 걸 남용해서 맨날 아팠던 사람들이 있었다. 

Out of office 메일 설정을 하고 오늘 있을 미팅 주최자들에게 얼른 메일을 돌리고 로그아웃했다.

아 속 시원해! 남편은 약을 안 먹고 땀을 쭉 뺐다고 하면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

 

10:00

여태까지 갑자기 몸이 괜찮아서 완전 날라리잖아! 라며 부끄러워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또 열이 난다.

약을 또 먹었다.

 

13:00

엄마가 걱정을 하며 한국에서 전화를 했는데 남편이 한국말로

"장모님 걱정 마세요. 우리 오늘 저녁 맥주 마실 거예요"

그러자 엄마가

"안되는데!!" 이러니깐 남편이 명랑하게 

"알았어요! 오늘 안 마실게요. 내일 아침에 마실게요"해서 우리 엄마가 빵 터졌다.

남편은 우리 엄마를 벌써 10년째 놀리는 중이다.

 

15:00

열이 가라앉았길래 요새 하는 사이드 프로젝트 정보를 열심히 수집하고 있는데 열이 또 올랐다. 

이거 뭐야 롤러코스터야? 또 38.4도. 어제부터 36.5도와 38.5도 사이를 왔다 갔다 한다.

하도 열이 안 난지 오래됐어서 그런지 이런 기분 정말 새롭다.

남편한테 "몸이 천근만근이야... 천근만근이 무슨 뜻인지 알아?" 했더니

눈을 내리깔고 죽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부끄럽게 "아니 나는 당근만 알아"라고 말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국말을 잘해도, 적당히 해도 문제다. 

 

그리고 지금 18:00

남편과 나는 또 열이 난다. 그런데 뭐 이거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일을 한다면 머리가 아파서 제대로 효율적으로 할 수는 없지만 굳이 앉아있어야 한다면 깡으로 앉아있을 만한 수준이다.

그리고 접종한 쪽 팔이 아프다. 다음 주에 골프를 처음 배우는 약속이 있는데 팔이 움직였으면 좋겠다.

 

그러니 파라세타몰 잘 준비해놓고 다음 날 무리하는 일정 없게 잡아놓고 모두 백신 맞아서 다 같이 자유인이 되어봅시다!

이상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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