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2021년 휴가일기. 엉덩이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Hips don’t lie

해외직장생활 by 토마토민

by 토마토민 2021. 7. 26. 14:10

본문

딴 다다단 다다다다 딴 딴다단 다다다단 따 딴딴 따 딴딴 딴 샤키라 샤키라

하면 금발의 콜롬비아 여자가 엉덩이를 흔들며 라틴 리듬을 타며 노래를 부른다.

맨 첫 줄의 글을 보고 머릿속에 멜로디가 떠오른 사람도 있을거다. 맞다. 콜롬비아 루트를 가진 유명인 샤키라의 “Hips don’t lie”라는 노래에 대한 이야기이고 나의 20대의 이야기이다.

2021년 여름 휴가를 맞아서 프랑스 시댁이 있는 보르도로 향하는 길이다. 스포티파이라는 음악 감상 어플케이션을 차에 연결하고 2000년대 유명 음악 리스트를 듣고 있었다. 랜덤 플레이 중 갑자기 들리는 라틴 리듬, 바뀌는 심장 박동, 나도 모르게 둠칫거리는 내 발재간 “샤키라”다.

출처: 위키피디아 Shakira


대학생 때 나는 클럽을 정말 많이 갔었다.
교환학생의 한국 생활을 도와주는 동아리에 있다보니 자연스레 한국 사람들이 3차로 노래방에 가는 것 처럼 나는 교환 학생들 10-20명을 데리고 클럽에
갔었다. 그 때부터 나는 내가 주최한 이벤트에서 행복해하고 재밌어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는게 즐거웠다.
단체로 우르르 가서 친구들과 술마시며 신나게 춤을 추다가 집에오면 다음날 공대 수학 2 과제를 해야하는 스트레스가 확 풀렸다. 내 공대 학부 생활의 활력소라고 할까.

우리 학교로 교환 학생을 왔었던 프랑스인 남자, 내 남편과도 그렇게 내가 주최한 작은 클럽 파티에서 만났다. 처음엔 구석에서 사람들을 지켜보는 흑색 표범(맨날 검은색 셔츠를 입고 피부가 상당히 타있었다)을 보며 잘생겼는데 지루한 놈이네 라고 생각했는데 샤키라의 “엉덩이는 거짓말을 하지 않아요” 노래가 나오자 근처에 있던 내 손을 훅 잡고 눈을 마주치고  마치 너와 나는 원래부터 짝이었다는 듯 뜬금없이 살사스러운 춤을 췄었다. 지금은 잔망 넘치는 애교쟁이지만 생각해보면 그 때는 저렇게 터프했던 매력이 있었다.

술 좀 취해있던 11년 전 나의 흑표범


샤키라는 콜롬비아에서 자란 여자판 흑표범이다. 여자가 봐도 반할 엄청난 매력의 소유자이다. 어려서부터 벨리댄스 걸로 유명했다는데 벨리댄스 느낌의 춤을 추며 작은 몸으로 엄청난 파워를 쏟아낸다. 이력을 보면 처음부터 금발의 글로벌 스타는 아니었고 처음 데뷔는 1991년 콜롬비아에서 했다고 한다. 몇 번의 앨범을 성공시킨 이후에 미국 진출을 해서 대박을 터트리고 2000년대에 글로벌 여가수가 된다.

20대의 나는 그녀를 동경했었다.
정말 남초인 공대 생활을 하면서도 너무 괜찮은 대학 동기 선후배 덕분에 대학 생활 때는 남녀 차별 이런걸 크게 당하지 않았다. 하지만 인턴을 시작하고 직업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사회적으로 만연한 남녀 차별적 분의기를 느끼기 시작했고 난 스스로에게 남이 평등한 분위기를 만들어주기를 바라지 말고 나 스스로 카리스마를 갖춰 함부로 할 수 없는 당당한 여자가 되자고 다짐했다. 파워풀한 여성상인 샤키라, 초 유명인 축구 선수 남편보다 유명한 샤키라 이 몸집은 작지만 어마어마한 카리스마를 내뿜고 본인의 위치를 지키는 샤키라를 보면서 이미지 메이킹을 했었다. 샤키라 노래를 들으면서 거울을 보고 진지하고 늠름한 표정을 지어보기도 그리고 춤을 춰보기도 했다. 내가 그 당시 남편의 전 여친의 국적이 콜롬비아고 그 여자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서 콜롬비아/스페인어 그냥 다 유치하게 싫어했었는데 샤키라는 예외였으니 말 다 했다.

30대의 나는 내가 바라던 여성상이 되었을까?
80%는 Yes라고 할 수 있다.
내가 만족하는 내 모습은 바로 남편에게 혹은 부모님께 의존적이지 않은 내 모습. 내 직업을 갖고 있고 내가 주도해서 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해나가고 내가 번 돈으로 내 자신과 내 자산에 투자를 한다.

남편에게 왜 나를 변함없이 사랑하냐고 낯간지럽게 물어보면 너는 지난 11년동안 나날이 멋있고 카리스마있고 재밌고 존경할만한 사람이라고 한다.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남자가 날 존경한다고 하는게 가장 큰 의미가 아닐까.

(그리고 예쁘고…귀엽고….이상 남편의 뇌에 자동 입력한 것들)


이미지 메이킹을 하고 싶다면 다 같이 거울을 보며 샤키라 샤키라.

따다다단 다다다단 하면 둠칫 둠칫 움직이는 내 엉덩이는 오늘도 여전히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