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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아마존에 조직 개편 바람이 불어오면...

해외직장생활 by 토마토민

by 토마토민 2021. 12. 27.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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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January, there are going to be an org change"

'또 바뀐다'

아마존이 다른 회사와 다른 점 중 하나는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내 경력이 변한다는 것이다.

많은 조직들이 일 년에 한 번 정도 조직을 재단장 하고, 내 직무는 큰 범주 안에서 달라진다.

 

관자놀이가 지끈거려 눈을 감고보니 처음 아마존에 인턴으로 입사했던 때가 떠올랐다.

그때의 나는 가능성은 넓지만 세상 많은 것이 불안했던 20대였고 운 좋게 얻은 아마존에서의 인턴으로 자리 정리조차 잘해보고자 하는 의욕 넘치는 인턴이었다. 처음 만난 직속 매니저가 멋있는 사람이었는데 이제 회사에 들어와서 목에 배지를 거는데 막 익숙해지던 인턴 한 달 차, 매니저가 다른 팀으로 옮긴다고 했다.

 

"그럼... 나는?" 

 

그 소식을 전해들은 나는 마음이 불안해서 매일 저녁 독일 맥주병을 퐁 퐁 퐁 따며 마음을 달래고 있는데 아마존의 동료들은 "Who cares"라는 태도로 멀쩡하게 받아들이는 게 이해가 안 갔었다. 다행히 매니저가 나를 새로운 팀으로 데려가 줘서 끝까지 동경하는 상사랑 일을 할 수 있었지만 그때는 어찌나 마음 졸였던지...

 

그래서 1월부터 내 직무는 "Sales account manager"로 바뀐다.

전에 하던 일에는 큰 차이는 없지만 앞으로 내 성과에는 "Sales" 골이 조금더 명확하게 추가가 됐고, 그 대가로 Compensation에 보너스가 추가됐다. 내 성과에 따른 부담도 스푼 한 숟갈 정도 무거워졌다.

 

그 외에도 매니저가 바뀌고, 우리 팀원들이 찢어지고 다른 팀 사람들이 우리 팀으로 들어온다고 한다.

 

내 링크드인에 Sales라는 단어 하나가 내 기회를 넓혀줄 수 있을거라는 기대감도  있고, 다른 한편으론 새로운 사람들과 쌓아야 할 관계들 그리고 그 새로운 사람들이 오면서 균형 잡힌 나의 관계들에 생길 균열에 부담감이 생겼다.

그래도 20대의 내가 심장 쿵. 이었다면 철저히 아마존 화 된 30대의 나는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 아이코. 하는 정도라서 다행이다.

 

하지만 우리 팀의 모두가 이 변화에 익숙한건 아니었다.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보니 이번 년도에 새로 들어온 가식이 없어서 내가 정말 좋아하는 알렉스라는 친구가 엘에이에 가야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영어 엑센트로 

"아오 쥔촤...이게 무슨 날벼롹이뉘? 걸스... 정말 너는 이게 괜찮아?"

하며 말했다. 그녀는 독일인이지만 미드를 많이 봤다.

 

그리고 나의 멘토이자 친구인 우리팀의 리더 랄프는 그 특유의 fucking hellll로 시작하는 어투로 준비 없이 오는 변화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변화가 있을 때 사람은 흔히 네 가지 심리 상태를 지나간다고 한다. 

저항과 부정,  카오스, 받아들임 그리고 적응.

내가 이런 심리 상태를 뛰어 넘고 바로 받아들임과 적응의 단계에 와있는 것, 무뎌진 내 감정을 다행이라고 느끼는 건 정말 다행인 걸까?

 

 

 

 

 

우리는 이런 변화를 조금 더 따뜻하게 맞이하고자 뮌헨의 핫한 마녀의 집 같은 카페인 Ganz Woanders에서 크리스마스 연말 분위기를 내기로 했다. 신기한 게 발이 꽁꽁 얼 정도로 춥고 콧물이 찍 나오는 날씨였는데 이 혼돈을 같이 공유하는 누군가 있다는 걸 느끼자 마음은 따뜻해졌다.

 

우리 팀으로 들어오게 된 다른 팀의 팀원도 불러서 이야기를 나눠보니 그쪽은 우리 팀보다 주니어인 사람들이 많고, 정말 팀이 모두 다른 팀으로 찢겨서 우리보다 더 카오스의 상태에 있는 것 같았다. 어쩌면 내년엔 멘토, 버디의 역할의 소프트 스킬을 늘릴 기회가 많은 해가 되지 않을까?

 

내 옆의 주황색 모자 알렉스와 그 옆의 랄프. 

 

이 춥지만 따뜻했던 모임을 하고 나니 의외로 이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었고, 퍼킹 헬이 절로 입에서 나오는 친구들도 많았다. 하지만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한 건 다들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려고 한다는 것, 그리고 이렇게 랜선이 아닌 대면의 공유가 다들 많이 그리웠다는 것이다.

 

며칠 후면 다가올 2022년의 새로운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매니저들이 열심히 준비한 새로운 트레이닝 프로그램들이 첫 2-3주의 업무를 차지하고 있을거고, 각기 온보딩 버디들이 서로를 다독이며 너 잘 할 수 있어 라고 응원하는 시기가 다가온다. 새로운 어카운트들을 받고, 다시 한 번 내 업무의 KPI와 Role & Responsibility를 정의하고 나면 한 분기가 쑥 가 있을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다음 체인지를 맞을 준비를 한다.

 

이렇게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변화의 스트레스를 몸으로 느끼고 즐기는 사람들을 만드는게 다른 회사와는 조금은 다른 아마존의 문화가 아닐까 오늘도 느낀다.

하지만 난 역시 나랑 같이 변화에 소심하게 대항하는 회사 친구가 있어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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